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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철책선에서 살아온60년

by mynews2328 2026. 6. 20.

DMZ 철책선에서 살아온 60년

나는 강원도 인제의 DMZ 철책선 가까이에서 60년을 살아왔다.

사람들은 DMZ를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본다. 하지만 나에게 DMZ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었다. 철책선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군인들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산과 들은 군사시설과 맞닿아 있었고, 밤이면 군용차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내가 자란 기린면은 지금보다 훨씬 가난한 시골이었다. 국민학교 5학년 때가 되어서야 전기가 들어왔다. 3군단 사령부가 들어오면서 학생 수가 갑자기 늘어 학교는 콩나물시루가 되었고, 교실을 증축하기 위해 우리는 수업이 끝나면 강가에서 자갈을 세숫대야에 담아 학교로 날랐다. 어린 마음에는 힘들었지만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지금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다.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 우리는 산을 놀이터 삼아 뛰어다녔고, 계곡에서 물장구치며 여름을 보냈다. 먹을 것은 부족했지만 사람의 정은 넘쳐났다. 누구 집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일은 대수롭지 않았고, 동네 아이들은 모두 함께 자랐다.

하지만 DMZ 접경지역에서 산다는 것은 늘 긴장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군사훈련 소리가 들리면 일상이었고, 남북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어른들의 얼굴에는 걱정이 스쳤다. 우리는 평화를 바라면서도 분단의 현실 속에서 살아야 했다.

세월은 참 빠르게 흘렀다.

전기도 없던 마을은 이제 인터넷이 연결되고, 비포장길은 넓은 도로가 되었다. 산골 마을에도 관광객이 찾아오고, DMZ는 전쟁의 상징을 넘어 평화의 상징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 역시 어느새 환갑을 훌쩍 넘겼다. 젊은 날에는 먹고살기 바빠 앞만 보고 달렸지만, 지금은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생각해 보면 내 삶은 DMZ와 함께 성장해 온 시간이었다.

철책선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 철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많이 변했다.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평화를 당연하게 여기는 세대가 자라고 있다. 그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나는 지금도 아침이면 산을 바라보고, 저녁이면 노을을 바라본다. DMZ의 산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수많은 군인들이 청춘을 보내고, 수많은 주민들이 삶을 이어온 곳. 그곳에서 나 또한 울고 웃으며 60년을 살아왔다.

가난했지만 정이 있었고, 힘들었지만 희망이 있었다. 철책선은 우리를 가로막았지만 사람들의 꿈까지 막지는 못했다.

나는 바란다.

언젠가 DMZ가 더 이상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화의 상징이 되기를.

그리고 내 손녀 세대는 철책선을 보며 전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우게 되기를.

DMZ 철책선에서 살아온 60년.

돌아보니 고생도 많았지만, 참 잘 살아온 인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