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딸이 어느 날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애기 데리고 내려갈게."
그 한마디에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렜습니다. 손녀 얼굴도 보고 싶고, 오랜만에 딸도 보고 싶었으니까요.
드디어 시골집에 도착한 손녀딸.
그런데 반가움도 잠시, 저는 요즘 육아가 얼마나 다른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던 시절에는 배고프면 먹이고, 졸리면 재우고, 뛰어놀면 건강한 줄 알았습니다. 흙 만지고, 강아지 만지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컸지요.
그런데 요즘 엄마들은 정말 다릅니다.
이건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어서 안 되고, 저건 첨가물이 들어 있어서 안 되고, 너무 달아서 안 되고, 너무 짜서 안 되고, 아직 먹을 나이가 아니라 안 되고….
손녀에게 뭔가 하나 주려고 해도 먼저 딸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TV도 함부로 켤 수 없습니다.
"엄마, 화면 너무 오래 보면 안 돼."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푸들 한 마리가 있습니다.
온 식구의 사랑을 받는 녀석인데, 제가 이름을 크게 부르기만 해도 손녀는 깜짝 놀라 귀를 막습니다.
"할머니, 너무 커!"
그 모습을 보며 웃음도 나고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이 강아지와 함께 마당을 뛰어다녔을 텐데 말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우리도 애들 다 키웠는데...'
'너무 예민하게 키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며칠 함께 지내다 보니 딸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달라졌고, 정보도 많아졌습니다.
엄마들은 혹시라도 아이에게 해가 될까 봐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우리 세대가 사랑이 없어서 대충 키운 것이 아니듯, 지금 세대도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웃음이 납니다.
손녀 하나 오면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강아지 소리도 조심해야 하고, TV도 마음대로 못 켜고, 과자 하나 주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북적거리는 집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손녀가 웃으며 뛰어다니고, 딸이 잔소리를 하고, 강아지는 옆에서 꼬리를 흔들고….
그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 불편한 것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세대마다 육아 방식은 달라도 손주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손녀는 며칠 동안 집안을 환하게 밝히고 갔습니다.
그리고 떠난 뒤 조용해진 집에서 저는 또 다음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