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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의 미국 서부 여행기, 영어보다 무서웠던 건 화장실이었다」**

by mynews2328 2026. 6. 24.

**「소피아의 미국 서부 여행기, 영어보다 무서웠던 건 화장실이었다」
여행은 늘 설렘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멋진 풍경보다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이다.

나는 동생의 아내들, 그리고 우리 딸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닌 지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넷이서 다닌 나라도 많고, 추억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미국 서부여행만큼은 큰올케와 단둘이 다녀온 특별한 여행이었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면서도 용감하게 떠난 여행.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정말 식은땀이 줄줄 났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구경하던 날이었다.

한참 걷다 보니 커피가 마시고 싶어 스타벅스 줄을 섰다. 그런데 갑자기 올케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로 가야 한다고 했다.

"형님, 그냥 주문하세요."

말은 쉽지.

나는 영어 울렁증이 심해서 한국에서 아는 영어도 외국에만 나가면 생각이 안 난다.

결국 혼자 줄을 섰다.

드디어 내 차례.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이스 커피... 투!"

내가 할 수 있는 영어를 총동원했다.

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뭔가를 물었다.

알고 보니 이름이 뭐냐는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순간 당황했다.

'아니 커피 사는데 이름은 왜 물어보는 거야?'

머릿속이 하얘지던 순간.

예전에 도서관 엄마들 영어 동아리에서 지어준 영어 이름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소피아!"

직원이 웃으며 "오케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나중에 보니 스타벅스에서는 컵에 이름을 적어놓고 불러주는 문화였던 것이다.

그 작은 커피 한 잔이 그날 내겐 큰 모험이었다.

다음날은 라스베이거스였다.

올케가 말했다.

"언제 또 여기 오겠어요? 쇼 세 개 다 봅시다."

한 편에 우리 돈으로 30만 원 정도 하는 공연이었다.

결국 세 편 모두 예매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였다.

나는 이상하게 영화관도 잘 안 가고 공연장도 오래 못 앉아 있는 성격이다.

집중력이 없는 건지,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는 건지 모르겠다.

화려한 조명과 멋진 공연이 펼쳐지는데도 나는 세 군데 모두 잠을 자다가 나왔다.

올케는 재미있었다고 감탄하는데 나는 공연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표값이 아깝기도 하지만 그것도 추억이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또 있었다.

그랜드캐니언으로 가는 긴 버스 여행이었다.

출발 전 가이드가 신신당부했다.

"버스 화장실은 정말 급할 때만 사용하세요."

그런데 미국 서부는 땅이 얼마나 넓은지.

가도 가도 휴게소가 나오지 않았다.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결국 한계가 왔다.

버스 안 수십 명의 승객들 중에서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은 나 혼자였다.

그 좁은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얼마나 창피하던지.

모든 사람이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남의 나라 음식도 먹고, 생활 패턴도 바뀌고, 나이도 들었는데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60대가 되니 화장실도 자주 가고, 무릎도 예전 같지 않고, 잠도 쉽게 깬다.

정말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미국 서부의 웅장한 그랜드캐니언보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보다, 스타벅스에서 "소피아!"를 외치던 순간이 더 선명하게 기억난다.

여행의 진짜 재미는 멋진 관광지가 아니라 함께 웃어주는 사람들과 예상치 못한 실수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날의 창피함도,
그날의 두근거림도,
지금은 모두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앞으로 또 여행을 가면 분명히 또 무슨 일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것이 바로 여행이니까.